자나깨나 동명이인 김작가는

이럴때는 미안해가 아니라 고마워하는 겁니다

지담티 2023. 11. 23. 05: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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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대체 뭐가 부족해서 아프데요?

 

 

틀렸다. 어디가 아픈 건 부족해서 아픈 거다. 부족하면 아프기 시작하는 거다. 내가 나를 마구 대하면, 남이 나를 마구 사용하는 걸 방치하면 아프기 시작하는 거다. 내가 나에게 갖는 관심이 부족해져서, 나 자체를 상실하기 시작해서 아프기 시작하는 거다. 

 

 

 

엄마, 나 배 아파.  응? 무슨 배야?

아빠, 나 속이 안 좋아. 그러니까 작작 먹어야지!

자기야, 나 요즘 상태가 별로 인 것 같아. 으이그. 그러니까 작작 마셔야지. 운동 좀 해, 운동 좀. 

친구야, 요즘 나 좀 안 좋아. 오호, 좀 살만한가 보네. 어디서 뺑끼칠이야. 마시면 다 나아. 

선생님, 저 컨디션이 안 좋아요. 뭐, 또? 야, 컨디션이 좋아서 다니는 사람이 얼마나 되니?

팀장님, 제가 요즘 좀 안 좋은 것 같습니다. 윤과장, 그런 사람이었어? 그렇게 약한, 무책임한 그런 사람?

 

 

 

정신적으로 힘든 건 마음에 감기 몸살이 오려고 하는 거라는 건 다 안다. 몸이 감기 몸살에 걸리면 병원을 가고, 처방을 받아 일정 기간 약을 먹는다. 그러면서 몸의 변화 상태를 관찰한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그런데 왜 유독 마음이 아프면, 감기 몸살처럼 왜 아프다고 편안하게 이야기할 수 없을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조언한다. 부러지면 정형외과 하고 감기 들면 내과 가는 거랑 같아. 정산과는 마음의 면역력이 떨어지면 가는데야. 누구나 언제든 약해질 수 있는 거니까. 불안을 해소하는 방법은 하나야. 아프다고 도와달라고 옆에 있어 달라고 말할 수 있는 나만의 안. 전. 장. 치를 찾는 것. 답답한 일상에서 숨 쉴 구멍 하나를 찾는 것.

 

 

 

엄마, 나 배 아파.  아빠, 나 속이 안 좋아. 자기야, 나 요즘 상태가 별로 인 것 같아. 친구야, 요즘 나 좀 안 좋아. 선생님, 저 컨디션이 안 좋아요. 팀장님, 제가 요즘 좀 안 좋은 것 같습니다. 

 

 

도와 달라고 보내는 노란 신호이다. 여러 번 깜빡깜빡 거리는 신호이다. 늘 언제나 거기 서 있어서 무심한 듯 지나쳐 가는 그 신호등이다. 신호가 빨간색으로 바뀌기 전에 나이쓰 타이밍에 봐달라는 간절한, 용기 있는 알림이다. 

 

그런데 살다 보면 타이밍이 문제라고 생각하게 된다. 많이. 그런데 지나오면서 보면 타이밍이 아니었다. 누군가는 용기가 있었고 나는 용기가 없었을 뿐. 용기가 없을 때 타이밍을 놓치면 거짓이 된다. 사기꾼이 된다. 내가 나를 속이는 행위를 반복하게 된다. 그냥 고마워,부터 시작하면 될 것을. 

 

이제 막 열 살 생일도 지나지 않은 아이가 보내는 신호를 제때 알아보지 못했던 자가 십 년이란 시간 동안 지나면서 느낀다. 마음 면역력이 떨어진 사람이 보내는 희미해지는 노란 신호는 끝까지 옆에서 손잡아 준 단 한 사람, 언제나 어깨를 빌려 준 그 단 한 사람이면 충분하다고. 

 

그 단 한 사람은 보이는 곳에서, 보이지 않는 곳에서 도움을 주는 팀의 일원이 되면 정말 나이쓰다. 언제나 안부를 묻고, 묻지 않고 안아 주고, 묻지 않고 손잡아 주는 가족,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오래된 친구 한 둘, 그 정신없이 바쁘게 각자 사는 낮시간동안 내 이야기를 들어는 주는, 눈 맞추며 격려해 주는 직장 동료 한 둘. 

 

앉아만 있어도 마음 편안해지는 오래된 단골 카페 창가 자리. 늘 평화롭고 인상 좋은 사장님. 비슷한 시각에 걷다 만나 친구가 된 열 살 위 동네 언니. 골(뼈) 때리더라도 절대 수군거리지 않고 직접 조언해 주는 00이 엄마. 이 모든 팀들에 속해 있으면 나의 어깨는 더더더 넉넉하게 넓어질 수밖에 없다.  

 

지금 나와 (몸이, 마음이) 가장 가까이에 있는 사람. 그 사람이 기대고픈 어깨는 누구일까, 어디일까, 무엇일까. 혼자 달리고, 앞서 걷고, 먼저 일어서지 말고. 나의, 그 사람의 넓은 어깨를 같이 찾는 건 서로의 속도를 맞추려는 시작부터 일테니까. 그리고 고마워, 고맙습니다. 고마웠어라고 하면 될꺼니까. 

 

 

#엄마 나도 아픈데, 엄만 간호 산데, 왜 난 간호 안 해줘? 엄마 다시 우리 집에 오지 마!

 

 

 

ps...#부분은 극 중 대사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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