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분을 키우면 좋은 점 3

없다

 

어느 한순간도 그냥 생기는 건 없다는 사실을 알게 해 줍니다. 아주 사소하고, 조그마한 기쁨도, 몸과 마음이 버거울 정도의 행운도, 내 다리로 걸을 수 있는 것도, 잠깐 멈추어 하늘을, 구름을, 달을, 별을 올려다볼 수 있는 것도, 두 팔 벌려 바람을 맞을 수 있는 것도 다 스스로 움직이고 생각한 결과라는 것을 알려 줍니다. 

 

 

 

 

옳다

 

구구절절, 언제나 절기가 옳다는 사실을 알게 해 줍니다. 잘나도 못나도, 부족해도 넘쳐도, 가라앉아도 마구 들떠도, 버거워해도 담대해도, 불안해도 담담해도, 싫증을 내도 짜증이 밀려와도, 표현해도 숨겨도, 뒷걸음질 쳐도 앞으로 나아가도 가녀린 실뿌리 한줄기에도 절기마다 온 우주의 에너지가 가득하다고 알려 줍니다. 

 

 

 

 

있다

 

쩍쩍 갈라지는 대지위에도 거대한 바다를 옮겨다 놓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해 줍니다. 기다리는 연습이 결코 건조하지만은 않다고 말해 줍니다. 나를 만드는 7할이 물이라는 사실보다 그 물의 7할에 녹아 있는 불안의 농도가 점점 옅어지고 있다는 기쁨을 깨닫게 해 줍니다.  

 

 

 

 

한다

어느 감정이 옳은지 그른지를 판단하지 말아야 한다는 사실을 조언해 줍니다. 그때, 지금, 다음에도 불쑥 올라오는 내 감정 그 자체도 나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합니다. 자책하지 말고, 자만하지 말고, 자신을 스스로 내치지 말라고 말해 줍니다. 

 

 

 

 

맞다

 

내가 키운 것 중에 우리 남매가 제일이라는 사실을 자꾸, 매일 알려줍니다. 꽃순이 보이지 않아도, 꽃잎이 금세 떨어져도, 금방 시들해져도, 피었다 졌다 변덕을 부려도, 다, 전부다 그게 너라는 것을 잊지 말라고 합니다. 내 욕망을 선물인 양 속이지 말라고 말해 줍니다. 

 

 

 

 

 

그래 맞다

 

매 순간, 겸손한 자세로 들여다보면서, 그래, 그래 맞다, 맞아 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렇게 머리보다 몸을 더 많이 쓰는 게 맞다고 알려 줍니다. 즐기는 것보다 훨씬 몸에 좋은 건 꾸준한 거라는 것도 알게 해 줍니다. 즐기는 건 이기적이지만, 꾸준한 건 이타적이라는 것이라고 알려 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