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 여행 가

너무 잘 어울리는 둘

지담티 2023. 11. 7. 05: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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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도시락을 싸가지고 다닌다. 아내도 마찬가지. 아침에 일어나 2-3가지 반찬, 밥과 국, 과일, 구운 계란. 빈 그릇에 조금씩 나눠 담는다. 그냥 냉장고에 있는 걸로. 식탁 위에 있는 걸로. 그냥 눈에 보이는 걸로. 목표는 단 둘. 조금만 먹겠다는 것. 골고루 먹겠다는 것. 

 

식당에서 먹으면 과식하게 된다. 앉아 먹는 자리 배치도 그렇다. 먹는 게 전투(?)적이다. 더 먹고 빨리 먹고 다 먹고. 앞사람 옆사람과 이야기를 나누다 보면 배 차는 줄 모르고 먹게 된다. 그렇게 오래 먹다 보니 몸이 무거워졌다. 절대적인 몸무게보다는 느낌적으로. 

 

그렇게 도시락을 싸서 출근한 지 벌써 십여 년 가까이. 그런데 도시락에 이런 먹거리가 또  없다. 간편하고, 건강하고, 두 가지 목표를 다 충족시켜 주는 메뉴. 바로 김이다. 다 아내 덕이다. 아내는 김을 무척이나 좋아한다. 상상 이상이다. 어느 날은 방금 사 온 김 한 통 - 정말 한 통, 한 박스 - 의 3분의 2를 한 자리에서 먹은 것도 있다.

 

그러다 보니 염분이 적은 것, 깨끗한 것을 찾고 찾아 헤맨 게 결혼 생활을 절반을 넘을 듯. 그렇게 지금 먹는 브랜드의 김을 택배로 시켜 먹는 중. 나도 이제 이 김에 반했다. 입맛 없을 때 자그마한 팩 두 개면 밥 한 공기 뚝딱이다. 도시락에서도 빠질 수 없다. 김은. 

 

김만큼 간단하면서도 영양가 높고 자그마한 것이 또 하나 있다. 떡이다. 요즘은 잘 만들어진 떡들이 참 많다. 낱개로 포장되어 간단하게 먹을 수 있을 정도로 만들어져 있다. 냉동실에 넣었다가 출근하면서 하나 꺼내놓으면 끝이다. 서너 시간 자동 해동이 되니까. 

 

제법 추워졌다. 하기야 어제 그친 비로 이제는 목도리 휘감을 날만 남았다. 뜨끈한 국물이 절로 생각난다. 군고구마도, 붕어빵도 매콤한 코다리도 떠오른다. 글을 쓰면서도 먹고 싶어 진다. 그런데 요 며칠 전 아주 환상적인, 너무나 잘 어울리는 둘을 발견했다. 정확하게 말하면 늘 그렇게 따로, 자주 먹던 것들의 우연한 만남. 

 

정말 맛있다. 사라진 입맛도 홱하고 냉큼 돌아온다. 심지어는 염분 많은 뜨끈한 국물보다 더 낫다. 가래떡과 김의 콜라보다. 먼저 염분 적은 좋은 김을 하나 준비한다. 큰 도시락 김 말고, 맥주 안주로 따라 나오던 그 크기의 김. 

 

우리 집 식구들이 최종 안착한(?) 김도 그 크기다. 게다가 착하다. 환경보호를 위해 자그마한 플라스틱 받침도 없다. 그리고 가래떡이다. 그런데 여기서 중요한 포인트가 하나 있다. 가래떡을 금방 살짝 찌는 게 좋다. 흐물흐물하기 전까지. 찜기 속에서 딱 60초 남짓이면 좋다. 그러면 적당히 촉촉해진다. 

 

요즘은 긴 방앗간 가래떡을 절반, 삼분의 일 정도 크기로 잘라져 있다. 절반도 크다. 약간 긴 떡볶이 떡 정도 크기로. 잘린 김 크기와 비슷하게. 그리고 그냥 김이 모락모락 나는 가래떡을 김으로 감싼다. 그냥 감싼다. 김 한 장으로 감싸면 반대쪽 가래떡이 새끼손톱 만하게 빼꼼하게 주르륵 빈다.   

 

 

별 거 아닌데, 둘이 너무 잘 어울린다. 따로 있었던(먹었던) 시간이 아까울 정도다. 세상 살다 보면, 우리도 그렇다. 돌아보면, 조금만 물러나 보면 그게 별 거 아니었다. 그런데 그 별 거 아닌 것에 감탄하고, 애를 끓인다. 환상을 갖고, 힘들어 환장을 친다. 환상과 환장 사이에는 부서진 김 조각 하나다.  

 

너무 잘 어울리는 둘. 내 주변에도 엄청나게 많을 거다. 보이지 않고, 찾지 못하고, 찾다 잊어서 그렇지. 찾다 또 다른 걸 찾느라 헤매어서 그렇지. 언제나 내 곁에, 내 앞뒤로 따라다닐 텐데. 찾아서 얼른 따라 해야지. 찾아서 냉큼 먹어봐야지. 나도 그 둘 중 하나가 되어 봐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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