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년전 추억 하나

[지금 다시 쓴 글]
마을 회관 현판 앞. 허리가 살짝 앞으로 굽은 할매가 보인다. 전화통화를 한 뒤 마중을 나오셨던 거다. 공할머니다. 나를 단박에 알아본 듯 손을 흔든다. 골목입구에서. 도로 하나 건너 10여 미터 골목 안으로 따라 걸었다. 1박 2일 강호동팀에서 다녀갔다는 입간판이 많이 바랜 채 녹색 철문 위에 걸려 있었다.
순천만국가정원 입구 주차장 근처. 대리석벽면이 기다랗게 생긴 커다란 식당. 그곳에서 남도 떡갈비 정식으로 늦은 점심을 먹으면서 검색해 본 숙소다. 저렴한 방값만 보고 예약했다. 3만 원. 기둥과 연결된 쇠붙이는 마치 찢긴 듯 초록색이 군데군데 벗겨져 있었다.
문을 열고 닫을 때 고개를 숙이고 들어가야 하는 자그마한 초록색 문이 기둥에서 빠져나오려고 버둥거렸다. 문한테 밀려들어오자마자 바로 오른쪽에 올려놓은 듯한 문칸방. 그게 나의 그날 하루 잠자리였다. 네모 반듯하게 폭 꺼진 수돗가.
앞뒤로 달린 2개의 은색 수도꼭지 옆으로 밤새 내려앉은 짙은 어둠을 간직한 듯 한 거뭇한 커다란 평상이 있다. 그 평상을 손으로 감싸듯 본채가 기억자로 꺾여 있다. 그 본채를 따라 시커먼 나무마루가 조르륵 따라 이어져 있었다.
본채에서 몇 걸음 떨어진 문칸방을 공할매를 따라 들어갔다. 앞서 가다 은색 새시 문이 한 번에 열리지 않는 듯 멈칫한다. 한참 만에 열리는 듯, 열리고 싶지 않은 듯 삐익하고 애를 쓰며 버티는 듯했다. 그렇게 딱 한 발만 올라 방문을 여는 순간, 훅 하고 따듯한 냄새가 내가 달려들었다.
한참을 갇혀 기다린 듯 한 눅눅한 공기였다. 오랫동안 잊고 있었던 녹번동 지하방 누른 곰팡내였다. 옆에서 할매가 '미리' 보일러를 돌려놨다 고 자랑하듯 말한다. 방 안쪽 구석 허름한 탁자 위에 아무렇게나 개어져 있는 요, 베개에서 뿜어져 나오는 거라는 건 금방 알 수 있었다.
방에 들어서자마자 갑자기 오래전 끊은 담배가 생각난다. 그랬다. 내게 익숙했던, 편안하게 당연했던 것들. 크고 작은 그것들로부터 이렇게 잠깐만 벗어나도 소중함을 온몸으로 느낄 수 있는 것이. 집 나가면 모든 개 고생이라는 걸 알면서 나가는 이유이기도.
그동안 한번도 생각해 보지 않았던 그 곳. 다시 읽으면서 쓰면서 생생하게 6년전 가을 밤의 온기와 향기(?)가 고스란히 내 몸에서 다시 피어 오른다. 지리산 둘레길을 시작하기 위한 나만의 베이스 캠프. 우연히 만난 참 고마운 숙소였다. 바닥에 배를 깔고 써내려간 그 날의 일기가 더 고맙다.
[원래 글]
20171016 # 지리산 둘레길 가는 길
@서울외곽-경부-천안논산-호남-장수익산-남해-남승룡로
@순천만국가정원에서 가을 끝자락을 만끽하다
@점저는 정원안에 있는 식당에서 남도 떡갈비 정식으로
@오늘 숙소는 남원 공할머니 초가민박 (3만원)
-살짝 허리가 굽은 할매가 마을회관 앞으로 마중나오셨다. 공할머니다. 그래서 따라걸었더니 10여미터 골목 안쪽에 있는 공할머니 민박집. 1박2일 강호동팀에서 다녀갔다는 입간판이 희미하게 많이 바랜채 녹색철문위에서 내려다 보고 있었다. 전화상으로 급하게 딱 숙박비만 보고 예약한 오늘 나의 숙소는 커다란 초록색 철제문뒤에 바로 붙어있는 문간방. 지하수 수도꼭지가 2개인 마당가운데에 커다란 평상이 있고 그 주위로 ㄱ자 본채가 자리하고 있다. 본채에서 몇발작 떨어진 문간방에 공할매의 안내로 삐걱거리며 열리는 은색 샷시 문을 열고 딱 한발만 올라 들어서는 순간 참 오랜만에 맡아보는 녹번동 지하방 누른 곰팡내가 풀석 올라왔다. 냄새의 원인은 안쪽 구석 허름한 탁자위에 아무렇게나 올려져 있던 요와 베개의 눅눅함이였다.
지금도 스멀스멀 올라오는 냄새를 말리기위해 지금 열심히 보일러를 돌리는 중이다. 갑자기 끊었던 담배가 생각난다. 그랬다. 내게 익숙했던, 당연했던 것들로부터 이렇게 잠깐만 벗어나니 소중하고 고맙다는게 뫔으로 느낄수 있다. 우연히 만난 참 고마운 숙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