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은 구멍이다
생(生)은 구멍으로 시작된다. 닫힌 구멍이 하나 둘 열리는 게 생의 최초다. 최초 이후 구멍은 연결을 위한 생의 나침반으로 마지막까지 작동한다. 들숨, 날숨이 드나들고, 잘 먹고 버리고, 감아도 떠도 세상과 타인이 보이고, 들린다. 바람과 햇살이 살가죽을 감싸고 털과 손발톱은 끊임없이 밀려 나온다. 우리 별을 두 바퀴 넘게 휘감을 듯이 펄떡거리는 생은 수많은 구멍과 구멍이 끊어졌다 연결되는 상태의 반복이다. 시작과 달리 모든 구멍은 의지와 용기로 여닫힌다. 별반 다르지 않는 구멍들을 가죽 안에 몽땅 담아 들고 의지와 용기로 연결고리를 찾아 헤매이는 과정이 생인 것이다. 두껍게 얼어붙은 듯한 생도 그 깊은 심연에서는 연결을 갈망하는 나약한 의지와 두려움 가득한 용기의 물줄기가 구멍과 구멍 사이를 ..
우리 동네 갤러리
2024. 11. 17. 06:41